
엔리케 시모네트
1866–1927 · 스페인 · 아카데미 미술, 사실주의, 자연주의
이야기
1890년, 로마에서 장학생으로 지내던 젊은 스페인 화가 엔리케 시모네트는 자신의 이름을 알린 그림을 완성했다. 한 늙은 해부학자가 대리석 탁자 위에 열린 젊은 여인의 몸 위로 몸을 굽히고, 한 손에는 피 묻은 메스를 쥔 채 그녀의 심장을 들어 빛에 비추어 본다. 그는 이 그림을 그저 '심장의 해부'라 불렀다.
그림은 그 시대를, 곧 과학과 해부, 낱낱이 드러난 육체에 매료된 19세기 말을 정확히 붙잡았고, 상을 받으며 유럽의 전시를 두루 돌았다. 훗날 죽은 여인이 강에서 건져 올린 매춘부였다는 이야기가 생겨나, 사람들은 이 그림을 '그녀에게도 심장이 있었다'로 고쳐 불렀지만, 시모네트는 그렇게 감상적인 뜻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유창하고 잘 훈련된 아카데미 화가로서 이후 종교화와 큰 역사화, 고향 말라가의 해안 풍경을 그렸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노인이 젊은 여인의 심장을 손에 들고 가늠하는 초기의 그 불안한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했고, 그 그림은 지금 말라가의 미술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