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볼롱

앙투안 볼롱

1833–1900 · 프랑스 · 사실주의


이야기

1870년대 파리에서 정물화는 존중받는 회화 가운데 거의 맨 아래에 놓여 있었고, 역사화와 초상화는 물론 풍경화보다도 낮게 여겨졌다. 앙투안 볼롱은 평생에 걸쳐 그 서열을 조용히 뒤집어 나갔다. 리옹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처음에는 금속 조각을 배웠고, 1859년 파리로 올라와 화가 테오뒬 리보와 가까워졌다. 리보는 네덜란드와 스페인 옛 거장들의 어둡고 소박한 부엌 정경을 사랑한 화가였다.

평범한 소재에서 볼롱이 무엇을 끌어낼 수 있었는지는 그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버터 더미》에 잘 드러난다. 1875년 무렵에 그린 그림이다. 화폭에 담긴 것은 그야말로 그대로다. 천 위에 쌓인 신선한 버터, 그 안에 꽂힌 나무 주걱, 옆에 놓인 달걀 두 개. 그는 물감을 버터만큼이나 두껍게 얹어, 화면이 부드럽고 차갑게,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보인다. 당대의 비평가들은 그를 ‘19세기의 샤르댕’이라 불렀는데, 18세기에 소박한 부엌 기물을 그린 거장 장시메옹 샤르댕에게서 딴 이름이다.

명성과 더불어 영예도 따라왔다. 볼롱은 1860년대에 살롱에서 여러 차례 메달을 받았고, 1870년에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가 되었으며, 세상을 떠나기 삼 년 전인 1897년에는 아카데미 데 보자르 회원으로 뽑혔다. 《버터 더미》는 지금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 걸려 있는데, 관람객이 경비원에게 위치를 물어보는 그림 가운데 하나가 어느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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