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야 레핀
1844–1930 · 러시아 제국 · 사실주의
오디오 가이드
이야기
1870년대 초,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추구예프 출신의 젊은 일리야 레핀은 밧줄에 몸을 묶은 채 짐승처럼 볼가강을 따라 바지선을 끌고 가는 인부들의 무리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1873년 완성된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로, 거대하고 창백한 하늘 아래 11명의 지친 사내가 배를 끌고 가는 모습을 담았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유형이 아니라 개별 초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으로 그는 29세에 이름을 알렸다.
레핀은 공식 아카데미와 결별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지방 곳곳에 순회 전시했던 러시아 사실주의 화가 집단, 이동파(페레드비즈니키)의 거장이 되었다. 그는 혁명가, 사제, 농민, 카자크를 한결같이 매서운 시선으로 그렸으며, 작곡가 무소륵스키와 작가 톨스토이의 초상화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들의 모습 그 자체다.
작품 한 점은 그 자신마저 불편하게 만들었다. 1880년대 중반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은 격분 속에 방금 죽인 장성한 아들을 품에 안은 차르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젊은이의 관자놀이에는 피가 흐르고 아버지의 눈에는 공포가 서려 있다. 그림이 얼마나 생생했던지 1913년 한 관람객이 캔버스를 칼로 세 번이나 그어 훼손했고, 레핀 자신이 복원 작업을 도왔다. 그는 1930년까지 살았으며, 핀란드 국경에 가까워진 자택에서 생을 마쳤다. 그가 돌아가지 않기로 택한 새로운 소비에트 러시아의 바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