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쿠무 미술관 3층에서는 불타는 듯한 붉은 돛을 단 배가 폭이 1미터를 훌쩍 넘는 종이 위에 펼쳐져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초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화가 니콜라이 트리크가 1910년 큰 벽화를 위한 습작으로 템페라와 파스텔로 그린 작품입니다. 이 배는 에스토니아 민족 서사시의 영웅 칼레비포에그의 배, 렌누크입니다.
이 그림은 1700년부터 1945년까지의 에스토니아 미술을 보여 주는 상설전 〈정체성의 풍경〉에 속해 있으며, 이곳에는 발트 독일계, 러시아, 에스토니아의 전통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한 층 위로 올라가면 더 힘겨운 시대가 이어집니다. 〈갈등과 적응〉은 1940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 시기의 에스토니아 미술을 따라가는 전시로, 이 시기 화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뒤에 강요된 정치 질서 안에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전시 〈미래는 한 시간 뒤에〉는 독립을 되찾은 뒤인 1990년대를 다룹니다.
쿠무는 2006년부터 에스토니아 미술관의 본관입니다. 핀란드 건축가 페카 바파부오리가 카드리오르그 공원과 탈린의 라스나메 지구 사이의 석회암 비탈에 끼워 넣듯 지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