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브라함 판 베이렌
1690 · 네덜란드 공화국 · 바로크, 네덜란드 황금시대
이야기
아브라함 판 베이에런은 팔리지 않는 부유함을 평생 그렸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 공화국이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무역국이던 시절, 그는 그 사치를 화폭에 펼쳐 놓았다. 바닷가재, 반쯤 깎은 레몬, 은주전자, 베네치아 유리, 그리고 식탁보 위에 열린 채 놓인 금시계. 이렇게 호사스러운 상차림에는 당시에 이미 이름이 있었으니, 프롱크스틸레번, 곧 과시용 정물이다.
그는 더 낮은 데서, 물고기를 그리는 일로 시작했다. 벌이는 적었고, 돈은 끝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기록은 그가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 다닌 모습을 전한다. 헤이그, 델프트, 암스테르담 등지를, 아무래도 빚보다 한발 앞서 달아나듯이. 늘그막에 그는 겨우 집 한 채를 샀는데, 그 대부분은 저당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반전은 그가 1690년 로테르담 근처에서 세상을 떠난 뒤 한참 지나서야 찾아왔다. 오늘날 수집가와 미술관은 그를 황금시대 최고의 정물화가 가운데 하나로 꼽고, 그의 그림은 세계 각지의 주요 소장품에 걸려 있다. 작은 모노그램을 찾아보라. A와 V와 B를 얽어 놓은 그 서명을, 그는 흔히 식탁보의 주름이나 은기의 광택 속에 숨겨 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