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벨 페도토프
1815–1852 · 러시아 제국 · 사실주의
이야기
파벨 페도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근위 연대에서 열 해 남짓 장교로 복무한 뒤, 계급과 함께 안정된 봉급까지 버리고 그림으로 돌아섰다. 감시가 삼엄하고 서열을 따지던 니콜라이 1세 치하의 러시아였고, 페도토프는 그런 사회를 인물이 빽빽한 작은 풍속 장면으로 바꾸어 놓았다. 마치 연극의 첫 장면처럼 읽히는 그림이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에는 몰락한 귀족, 빚더미에 앉은 소령이 부유한 상인의 딸에게 청혼하러 들어서는 장면이 담겨 있다. 상인의 집에는 돈은 있으나 작위가 없고, 소령에게는 작위는 있으나 돈이 없다. 페도토프는 이 거래의 낌새로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고운 예복 차림으로 달아나려는 신부, 그 치맛자락을 붙드는 어머니, 문간에서 매무새를 가다듬는 구혼자. 그는 그림 앞에서 낭송하도록 운을 맞춘 해설까지 지었다.
인정은 더디게 왔고 돈은 끝내 오지 않았다. 말년에 그는 먼저 시력을, 이어 정신을 잃었고, 185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신병원에서 서른여섯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