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ul Cézanne, Man Smoking a Pipe, 1897. Wikimedia Commons. · PD
파이프를 피우는 남자
상세 정보
이야기
흙으로 빚은 파이프를 문 남자는 돈을 주고 부른 모델이 아니다. 이름은 폴랭 폴레, 자스 드 부팡에서 일하던 날품팔이였다. 이 영지는 엑상프로방스 외곽에 있었고, 모자 장인에서 은행가가 된 세잔의 아버지가 수십 년 전에 사들인 곳이다. 1890년대 내내 세잔은 이 땅에서 일하는 사내들을 거듭 그렸는데, 그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채운 것도 바로 그 얼굴들이다. 그가 원한 것은 자세를 취해서가 아니라 지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꾸밈없는 무게감이었다. 그래서 파이프도, 괸 팔꿈치도, 두툼한 웃옷도 닮음새로 매끄럽게 다듬어지는 대신 느릿한 색의 덩어리로 쌓아 올려졌다. 폴레의 시선은 서두름 없이 우리 너머를 향한다. 세잔은 파이프를 문 이 남자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렸고, 다른 모든 것을 다루듯 이 자세를 몇 번이고 매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