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투안 카롱
1521–1599 · 프랑스 · 퐁텐블로 화파
이야기
앙투안 카롱의 그림 가운데 서명과 연도가 함께 들어간 것은 단 한 점뿐인데, 그것이 학살 장면이다. 1566년에 완성한 《삼두정치의 학살》은 광장에서 로마 병사들이 적을 죽이는 모습을 담았고, 그 뒤로 콜로세움이 솟아 있다. 소재는 고대 로마지만, 카롱이 실제로 그린 것은 프랑스였다. 그는 프랑스 종교 전쟁의 시기를 살았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믿는 프랑스인이 거리에서 서로를 죽이던 수십 년이었고, 화폭 위의 고대 학살은 자기 시대를 이름 붙이지 않고 보여 주는 방법이었다.
이탈리아 태생의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세 아들이 잇달아 다스리는 동안 권력을 쥐었고, 1561년 무렵 그를 궁정 화가로 삼았다. 그녀를 위해 그는 발루아 왕조의 성대한 축제를 구상했다. 마상 창시합과 경기, 꾸며 낸 해전은 흔들리는 왕실을 웅장해 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의 소묘는 오늘날 그 행사들을 전하는 으뜸가는 기록이며, 뒤에 태피스트리로 옮겨졌다.
카롱의 세계는 오늘의 눈에는 낯설게 비친다. 키가 크고 여윈 인물들이 고대의 기둥이 늘어선 너른 광장을, 고르고 차가운 빛 속에서 걸어간다. 그는 퐁텐블로 궁에서 배웠다. 이탈리아 마니에리스모 화가들이 길고 우아한 화풍을 프랑스 화가들에게 전한 왕궁이다. 그는 1599년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그를 알던 것은 무엇보다 그가 섬긴 궁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