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짧음에 대한 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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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611년 무렵, 판화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던 헨드릭 골치우스는 십 년쯤 뜻밖의 일을 해오고 있었다. 유화를 그리는 일이었다. 폭이 2.5미터가 넘는 이 화폭은 그가 그린 가장 큰 그림이자, 자기 얼굴을 그려 넣은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화면 한쪽, 헤르메스 곁에 그가 서 있다.
장면은 판도라 신화에서 왔다. 헤르메스가 그녀를 에피메테우스 왕에게 소개하는 대목이다. 인물들 주위에 골치우스는 연금술사의 장비를 늘어놓았다. 화로와 깨진 유리 증류기, 금속, 그리고 증류가 남긴 찌꺼기다. 헤르메스는 연금술사들이 수호신으로 떠받든 신이었고, 그림은 그리스 이야기와 실험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이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지금도 정해지지 않았다. 삶의 덧없음으로, 연금술로, 예술 창작 자체에 관한 수수께끼로 읽히며 400년 동안 정면으로 엇갈리는 해석을 불러왔다. 1611이라는 연도는 화면에 두 번 적혀 있다. 한 번은 왕좌에, 또 한 번은 바닥에 놓인 연장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