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dier Descouens · PD
십자가형
상세 정보
이야기
이 그림의 정조를 느끼려면 베네치아가 바로 앞서 무엇을 겪었는지를 떠올리는 게 좋다. 1575년에서 1577년 사이 페스트가 도시를 휩쓸어 주민의 삼분의 일가량을 앗아 갔고, 그 가운데는 베네치아 회화의 원로였던 노년의 티치아노도 있었다. 베로네세를 이름나게 한 밝고 햇살 어린 세계가 여기서는 어둡게 가라앉는다. 1580년 무렵에 그려진 그의 「십자가 처형」은 폭풍우처럼 몰아치고 비탄에 젖어, 지난날의 잔치 그림보다 경쟁자 틴토레토의 격렬한 극성에 더 가깝다. 십자가 위로 무거운 구름이 모여들고, 빛은 차갑게 식으며, 아래 군중은 겁에 질려 술렁인다. 멀리 예루살렘이 같은 창백한 하늘 아래 놓여 있다. 그것은 화면 안 모두를 뒤흔드는 것으로 보여진 그리스도의 죽음이며, 제 사람들 여럿을 방금 묻은 도시에서 그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