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ssily Kandinsky · PD
즉흥 대홍수
상세 정보
이야기
칸딘스키는 1911년 유리 뒷면에 대홍수를 그렸다. 본인 말로는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그림이었다. 그 뒤 한 해 반 가까이 그는 이 주제를 큰 캔버스로 옮기려 애썼고, 1913년에 발표한 글에서 그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스케치에서는 인물을 녹여 없앴고, 어떤 스케치에서는 곧장 추상적인 형태로 나아갔지만 어느 쪽도 통하지 않았다. 그는 대홍수라는 사건 자체에 붙들려 그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썼다. 이 〈즉흥 대홍수〉는 그 씨름 속에서 나온 준비 작업 가운데 하나다. 배도, 파도도, 물에 빠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왼쪽에 커다란 분홍 덩어리가 있고, 파랑과 빨강이 빽빽하게 뭉쳐 있으며, 밝은 빛줄기가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여기서 나온 대작 〈구성 VI〉는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고, 모든 것의 출발점이던 유리 그림은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