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현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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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르동은 이 그림에 그저 '출현'이라는 가장 담백한 제목을 붙였고, 그 담백함이 핵심이다. 이름 붙은 성인도 신도 없이, 색의 안개 속에서 떠오르듯 어두운 색조 위로 금빛으로 빛나는 하나의 형상이 있을 뿐이며, 화가는 거기에 어떤 이야기도 붙이려 하지 않았다. 그의 작업 상당수가 이렇게 움직인다. 그는 자신이 상상한 존재들을 삽화가 아니라 환영이라 불렀다. 손 닿지 않는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저 바라봐 주기만을 청하는 형상들이다. 이 그림 앞에서 관람자는 어떤 기척이 나타나는 것을 느끼고, 나머지는 스스로 채우게 된다. 대부분의 일은 색이 맡는다. 따뜻한 빛이 하나의 형태로 완전히 굳기 전에 형상으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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