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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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칸딘스키의 유리화는 대부분 평범한 평판 유리에 그려졌다. 이 작품은 무늬 유리, 곧 표면에 무늬를 눌러 찍은 압연 유리에 그려졌는데, 이런 유리는 창문 등에 쓰려고 공장에서 만들던 것이었다. 1911년부터 1913년까지의 무르나우 시기에 이처럼 요철이 있는 유리에 그린 그의 작품은 열 점 남짓밖에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가 마을의 전통과 거리를 두려고 이런 유리를 썼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화면은 빽빽하다. 두 언덕 위에는 러시아 도시의 실루엣이 얹혀 있고, 흰 태양 아래 세 기사가 언덕을 달려 오르며, 그 아래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몸을 뒤로 젖히고, 오른쪽에서는 검은 구름이 포도주빛 배와 세 명의 노 젓는 사람 위를 짓누른다. 핀란드의 미술사학자 식스텐 링봄은 양파 모양 돔이 선 언덕을 칸딘스키의 책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의 한 대목과 연결했다. 건축과 수학의 모든 규칙에 따라 견고하게 지어진 큰 도시가 갑자기 헤아릴 수 없는 힘에 흔들리고, 탑들이 무너지며 태양이 어두워진다는 대목이다. 미술관은 언덕의 탁하고 뒤섞인 흰색이 인물들의 선명한 노랑, 빨강, 파랑을 억누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