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ya Repin · PD
결투
상세 정보
이야기
1890년대 러시아에서 결투는 불법이었다. 그런데도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장교와 신사들 사이에서 그 관습은 조용히 이어졌다. 레핀이 그린 것은 총성이 울린 뒤의 몇 초다. 한 사람이 쓰러져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의사가 급히 달려온다. 그리고 공터 저편에서는 상대를 맞힌 남자가 등을 돌린 채 태연히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 작고 차가운 몸짓이야말로 그림의 핵심이다. 작품이 전시되자 관람객들은 이 그림이 그 관습을 규탄하는 것인지 그저 기록할 뿐인지를 두고 뜨겁게 논쟁했고, 많은 이가 여기서 부질없이 목숨을 버리는 일에 대한 소박한 항의를 읽어 냈다. 레핀은 이 장면을 한 점만 그리지 않았다. 더 이른 한 점은 한때 자비를 구하는 말을 제목으로 달았고, 이탈리아의 한 개인 구매자에게 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