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병, 그릇, 석류가 있는 정물
상세 정보
이야기
빌럼 칼프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파리에 살던 1640년대 중반이며, 화면의 높이는 1미터가 넘는다. 정교하게 세공된 금속의 매너리즘 양식 물병이 호사품으로 가득한 탁자 위에 우뚝 서 있다. 그 곁으로 첨탑 모양 뚜껑을 얹은 키 큰 잔, 섬세한 유리그릇, 그리고 쟁반 위의 맥주잔이 있는데, 반들반들한 잔의 몸통에 옆의 포도주잔이 비친다. 흰 아마포 위에는 벌어진 석류와 과일 그릇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서는 은 접시가 탁자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칼프는 매끄러운 유리, 아마포의 올, 바삭하게 부서지는 마른 빵, 촉촉하게 반짝이는 석류 속까지 표면마다 다른 감촉을 그려 냈다. 얼핏 보면 이 식탁에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빵은 뜯겨 있고, 잔 하나는 반쯤 비었으며, 과일은 잘려 있고, 또 다른 잔은 넘어져 있다. 식사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갑자기 자리를 뜬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