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ancisco Goya, The Junta of the Philippines, 1815. Wikimedia Commons. · PD
필리핀 회사의 이사회
상세 정보
이야기
고야가 이 화폭을 그린 것은 1815년, 그가 평생 그린 그림 가운데 가장 큰 것이었지만 주제는 주주 총회였다. 그림이 기록한 것은 왕립 필리핀 회사의 연례 총회인데, 이 무역 회사는 그때 이미 거의 파산 지경이었다. 총회가 열린 시기는 페르난도 7세가 에스파냐 왕위에 다시 오른 뒤, 고야 자신을 포함한 자유주의자들의 희망을 짓밟은 무렵이었다. 국왕은 예고 없이 나타나 자신의 참석을 힘의 과시로 삼으려 했다. 고야는 그에게 한가운데 의자를 내주면서도, 거대하고 어둑하고 침침하며 절반은 텅 빈 홀 안에 그를 가라앉혀 버리고, 양옆으로 늘어선 주주들은 어둠 속에 묻어 버린다. 이 자리가 과시하려던 권력 대신 홀을 채우는 것은 휑한 공간과 케케묵은 빛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