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zimir Malevich · PD
모스크바의 영국인
상세 정보
이야기
1914년 2월, 모스크바의 한 공개 토론회에 말레비치는 나무 숟가락을 옷깃에 꽂고 나타나 이성을 버렸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에 그린 이 그림은 그 이성을 버린다는 것이 화폭 위에서 어떤 모습인지 보여 준다. 실크해트를 쓴 남자의 얼굴은 절반만 드러난 채 커다란 흰 물고기, 군도, 사다리, 작은 교회와 자리를 나눠 가지고, 그 사이로 문장 중간에 끊긴 러시아어 낱말들이 놓여 있다. 어느 것도 제 크기가 아니고 어느 것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데, 바로 그것이 노림수였다. 말레비치와 시인 친구들은 익숙한 논리를 막아 버리려 했다. 화면에 적힌 두 구절은 부분 일식과 경마 협회로 읽히며, 뜻보다 말의 소리를 위해 적어 놓은 것이다.




